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기원전 6세기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그리스와 터키 지역에서 벌어진 아카이 오이족과 트로이아의 전쟁을 다룬 대 서사시
당시는 청동기 시대로 지역 간 전쟁을 통해 식량자원 및 물적 인적 약탈과 쟁취가 전쟁의 주요 동기이자 목적이었다. 하지만 호메로스는 전쟁 발단을 신들의 계략과 시기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인간은 그저 신들이 정해 놓은 운명에 따라 전쟁을 치르는 피동적 대상으로 서술하고 있다. 다만 인간들은 그 안에서 갈등에 따른 분노, 능력의 한계, 시기와 질투, 의리와 정의라는 인간적 모습을 만들어가며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다.
이야기 속 대상에 대한 서술적 표현에 있어 장황한 수식을 사용하여 사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끌어내 기 위한 어휘 나열과 선택은 구전으로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지금 시대야 다양한 시청각 콘텐츠를 동원하여 묘사할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현장감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청중들이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 서술어를 다양하게 표현해야 하는 방식 외에는 없지 않은가. (예: 그들 사이에서 전차를 타고 싸우는 게 레니아의 네 스트로가 말했다)
신과 인간의 세계를 구분하며 인간은 신의 뜻에 따라 그리고 신들이 정해 놓은 운명에 따라 전쟁을 해야 한다면 이야기의 흥미는 떨어질 것이나 일리아스는 운명 지어진 신들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잘못함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말하고 느끼며 정당함과 올바름을 찾고자 하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다.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승리 전리품을 강탈해가면서 발생되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노라는 결심을 통해 인간의 억울함과 하소연에 대한 반향이 영웅 치고는 그의 행동과 결심이 유치해 보였으나 자기를 대신해서 전쟁에 나가기로 결심한 파트로 클로스가 결국 전장에서 트로이의 왕 헥토르에게 처참한 죽음을 당하자 그의 시체를 다시 찾고 그의 죽음에 대한 원한을 풀기 위해 아가멤논과 화해하고 직접 전쟁에 참가하여 헥토르와의 한판 대결을 통해 친구의 원수를 갚고 파트로 클로스의 제를 위해 헥토르의 시체를 욕보이는 장면을 보면서 인간의 분노가 극에 달아 억울함과 분노만을 이야기하고 고집하는 아킬레우스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발견하게 된다. 한편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 진영으로 용감하게 찾아가 아들의 유해를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에서 자식을 위하는 사랑으로 아킬레우스에게서 승낙을 얻어내는 과정은 마음 짠하기까지 하다. 또한 영웅 아킬레우스는 분노를 다스리고 프리아모스의 간청을 받아들여 헥토르의 유해를 돌려주며 초기 전유물을 빼앗기며 억울해하며 부당함에 징징 짜며 용사가 전쟁에 나가지 않겠다던 지질한 모습을 보이다가 자기를 대신에 싸우다 죽은 진정한 친구 파트로 클로스의 죽음 앞에서 분노하게 되고 복수심에 불타 헥토르를 무참하게 욕보이고서도 마지막에 그를 다시 돌려보내주는 선택은 그의 지리멸렬한 처음 선택에서 시간과 상황의 경과에 따라 영웅적 선택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인간 성장이 느껴진다.
사르페돈 : "친구여 만일 우리가 이 싸움을 피함으로써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을 운명이라면 나 자신도 선두 대열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또 남자의 영광을 높여주는 싸움터로 그대를 등 떠밀지도 않을 것이오. 하나 인간으로서는 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숱한 죽음의 운명이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자, 나갑시다! 우리가 적에게 명성을 주든 아니면 적이 우리에게 명성을 주든" (제12권 322~330)
운명, 명예, 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