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거리/삶의 이야기

오래된 나무

팡씨1 2013. 11. 5. 16:13

 

지난 여름 친구 아버님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드리고 위패를 모시기위해 목동과 중촌동 사이에 자리한 '흥룡사'를 찾었다.

아마도 동창 친구들 대부분 이 절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 기억엔 저학년, 아마 1학년때 그 뒷산으로 소풍도 가고 했으니까.

그때는 그토록 커보이던 절도 이젠 도심속 아파트에 둘러싸여 초췌해 보이더군.

그 곳에서 조금 더 움직여 어려서 뛰놀던 고향 동네의 오래전 모습 한번 찾아보려고 '목골샘'이 있던 자리를 찾아보았다.

친구들 중 이 샘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이 샘은 유별나게 사각 모양을 하고 있었지. 바로 옆엔 오백년된 커다란 나무도 있었고. 그리고 등하교 길가엔 '만화방'도 하나 있었다.

이 샘 주변은 항시 이끼가 서려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찢거나 뒤통수에 커다란 혹을 다는 일이 다반수 였지. 동네에서 열심히 놀다 목마르면 지나가다 물도 마시고 일부 동네 어른들은 더운 날이면 창피한 것도 없이 우통을 휙 집어 던지고 등목을 하던 그런 추억의 장소 였지.

그 샘이 유독 운치있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옆을 지키고 있는 커다란 나무 때문 이었던 것 같다. 오백년이란 세월을 한자리에서 묵묵히 지켜오던 나무.... 임진왜란이란 국난도 겪고 경술국치의 치욕도 겪고 육이오라는 파괴의 전쟁 속에서도 살아 남은 그 나무.... 수 많은 역사의 위기와 혼란과 아픔을 담은 오래된 나무....내 어린 시절 추억과 기억을 담은 나무....그리고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주던 바로 그 오래된 나무.....

오백년 살아 남은 그 나무가 불과 몇년 사이 사라지게 생겼네.....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자리하면서 네모진 샘은 사라지고 샘솟던 물도 끊기고.....

아파트 경관을 위해서 인지 아니면 오래된 나무에 대한 경외감 때문인지.... 나무 자리는 보존하여 아파트 건물을 세웠고 그 뒤로 몇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 몇년 사이 나무에겐 엄청난 불행이 닥쳐 이젠 오백년 수명을 내려 놓아야 할 상태.....

아파트에 둘러 싸여 바람도 햇볕도 모두 상실 하였고 풍성하던 지하 생명수도 지하 주차장 건설로 땅을 파놓아 수맥이 끊겼나 보다. 오래된 나무는 그렇게 오백년을 살다 이렇게 생을 다하는 구나.....

나무를 숨막히게한 저 아파트는 앞으로 나무가 살아온 세월 보다 더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 옛날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어준 저 나무는 풍성한 가지와 잎으로 한 여름 땡볕을 막아 그늘을 만들어 쉬게했고 그 아래 네모진 목골샘은 목마른 나의 갈증을 시워함으로 달래 주었다.

세월 흐름에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지고, 새로움이 다가오는 것....이는 어찌 할 수 없다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 하나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