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지침/책 이야기

사마천 사기 - 역생.육고열전

팡씨1 2019. 8. 13. 23:25

사마천 사기 역생육고열전 


*. 역이기(역생) 


진류현의 고양 사람

성향 : 글 읽기를 좋아하나 가난했다. 마을의 성문 관리를 했고 지역 사람들로부터 소통하지 못하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 유방과 역이기의 만남 이야기 

진승, 항량 등이 진나라에 항거하는 반란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이 고양 땅을 지나가도 역이기는 그 누구에게도 손길과 관심이 없다가 패공 유방이 지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내 나이 60 넘어 미치광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유방을 좀 만나게 해 주시오!”라고 유방 기병 중 한 사람에게 부탁한다. 

“패공 유방은 당신 같은 선비를 좋아하지 않소!”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한번 만나나 보게 해 주시오!” 

기병은 패공에게 역이기의 부탁을 말하고 유방은 선 듯 만나보겠다고 약속한다. 이에 역생이 유방을 찾아가니 초병이 유방에게 아뢰는데 유방은 발을 씻으며 물었다. “그래 역이기라는 자가 어찌 생겼든고?” 

“훌륭한 선비 같은 옷에 선비 관모를 썼습니다.” 

“그래? 그럼 천하를 평정하는 일로 바쁘니 만나 줄 시간 없다 전하라” 

“패공께서 천하 평정일로 바빠 시간이 없다고 전하라 하십니다” 

이 소리를 듣고 역생은 큰 소리로 “그러면 내가 선비가 아니라 술 꾼이라 전하시오!” 

초병이 역이기의 큰소리에 쫄아 다시 유방에게 전하니 유방이 “그래? 그럼 들어오라 전하시오”라고 말한 뒤 더러운 발을 계속 씻고 있었다. 역생이 들어와 예의 없는 유방의 그 모습을 보고 예를 가춰 절도하지 않고 유방에게 묻기를 “패공은 진나라를 도와 제후들을 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제후를 도와 진을 치려는 것입니까?” 

“이놈 선비 봐라 그걸 질문이라 하느냐?” 

“그런 분이 삐따닥하게 발이나 씻으며 나이 든 사람을 대합니까? 천하 큰 대업을 이뤄야 할 사람이 사람을 그런 식으로 생긴 모습 봐가며 대합니까?”라고 응답하니 유방이 벌떡 자세를 바로잡고 사죄하며 한 수 가르침을 청한다.

그 자리에서 역생은 패공 유방에게 전국시대 장의와 소진이 주창한 합종연횡에 대한 형세를 예로 들며 설명을 한다. 다 듣고 난 이후 유방이 “저는 어찌하면 좋겠소?”라고 묻자 역생은 일단 진류현의 현령을 만나 당신에게 귀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역생이 진류현 현령 보고 유방에게 투항하라고 설득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새벼 녘 역이기는 현령의 목을 베고 현령 군사들을 설득시켜 유방의 편에 서게 만든다. 이에 유방은 진류현을 차지하고 석달간 머물며 무기, 식량, 군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함곡관으로 진격한다. 이때 역생의 동생 역상도 유방에게 추천하여 합류하게 된다.


-. 역생이 제나라를 유방 한나라에 항복하게 만든 유세 이야기.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한나라 왕이 된 유방은 BC206년 한중에서 관중과 중원까지 동쪽으로 나와 초나라 항우의 도읍 팽성까지 진출해 나왔다가 항우의 군대에 다시 밀려 중원 황하강 유역의 곡창 지대인 형양, 낙양, 오창 지역까지 밀려난다. 이후 3년간 항우와 유방의 밀고 밀리는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고 이때 역생은 백성과 군사도 식량이 든든해야 따른다며 오창 지역은 곡식창고나 마찬가지이니 반드시 형양을 다시 차지하여 오창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때 한나라 대장군 한신은 정형 전투에서 배수진으로 진여를 죽이고 조나라를 평정하고 연나라까지 흡수하고 남쪽에서는 팽월이 양나라 지역에서 초나라 항우의 후방을 공격하여 보급을 차단한다. 

한신의 북방 공격은 성공적이나 한왕 유방에게는 제나라가 황하강기슭 역하에서 전간 장수 휘하에 20만 명의 군사를 두고 한나라와 대치를 하자 답보상태에 이른다. 이때 역생이 유방에게 제나라왕 전광을 찾아가 한나라를 위해 유세하겠다고 나선다. 

한왕 유방의 조서를 들고 제나라 왕 전광과 재상 전횡을 찾아간 역이기는 천하 대세는 한왕 유방과 초왕 항우에 양분된 형세로 제나라가 살기 위해서는 한왕 유방의 편에 서야 한다며 제나라왕을 설득시킨다. 

역이기가 제나라를 설득한 내용은 유방과 항우를 비교하며 초나라 보다는 한나라에 귀의 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 초 회왕의 약속을 깬 항우 (함곡관 먼저 들어가는 자에게 왕권 주겠다) 신뢰할 수 없는 항우 

+ 초왕 의제를 내 몰고 죽인 항우 (한 왕 유방이 초와 전쟁을 치르게 한 발단이다) 

+ 유방은 점령한 지역민을 위하고 공로자에게 포상하나 항우는 점령 지역민을 몰살하고 공로자에게 공을 돌리지 않는다. 잔인한 항우에게 세상 사람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 유방은 삼진을 깨고 조나라 연나라까지 차지하고 오창 지역의 곡식 창을 접수했으니 대세는 한왕에게 유리해졌다. 

이와 같은 형세를 봐서 더 늦기 전에 한왕 유방의 편에 서라고 설득하자 제나라 왕 전광은 한나라와 한편이 되어 초나라 항우와 싸우기로 했다.

하지만 한신의 책사 괴통이 한신에게 제나라를 무력으로 칠 것을 제안하자 한신은 역이기의 협상으로 군대를 역하에서 물린 제나라를 오히려 급습하여 공격하고 제나라 수도 임치까지 치고 들어간다. 

전광과 전횡은 한나라 역이기가 술수를 부려 제나라의 뒤통수를 쳤다며 역생을 잡아 끓는 물에 삶아 죽였다. (억울한 역이기)

이후 역생의 동생 역상은 한나라가 천하를 재 통일한 후 반란한 경포를 쳤고 유방은 역생의 아들 역개를 찾아 그의 부친 역이기 공로에 대한 보답으로 아들을 후에 올린다.


*. 육고(육생) 이야기 


초나라 사람으로 말재주가 좋아 유방 밑에서 제후국에게 사자로 나가곤 하였다. 


-. 남월 위타를 말로 설득시켜 한왕 유방 휘하의 속국으로 있게 한다. 

남월(지금의 베트남 근접지역) 지역에서 중국 중원 출신인 위타가 그곳을 정벌하고 왕이 되자 고조 유방이 육고를 사신으로 보내 남월왕으로 인을 내리고 속국으로 삼으려 하였다. 육고를 본 위타는 상투를 두르고 두 다리 쩍 벌려 육고를 대했다. 육고는 얼마 안되는 남월의 힘은 한나라 유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리고 한왕은 항우를 꺾은 하늘에서 내려준 힘을 갖고 있다. 그러니 까불지 말고 당장 한왕에게 고개 숙여 북면하여 대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멸국시킬 수 있다. 그러기 전에 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월국 사람들의 원망을 사기 전에 한왕의 속국을 받아 들려야 할 것이라며 갑질을 하였다. 그러자 위타는 쫄아서 육생에게 사과하고 "내가 오랑캐 땅에 오래 있다 보니 예의를 잃어버려서 그러니 봐달라"며 이번에는 "소하, 조삼, 한신과 비교해 나 위타는 어떤가" 라며 육고의 의견을 묻자 육고가 네가 그들 보다야 현명하다며 띄워준다. 그러자 한술 더 떠 위타는 "한 유방과 비교해서는 어떠냐"고 또 묻는다. 육고는 어찌 당신 같은 사람을 한왕 고조에 비할 수 있냐며 "고조는 비교할만한 대상 이상이다" 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육고는 한술 더 떠서 말하길 "내가 유방만 못한 것은 남월에 있었기 때문이며 만약 내가 중원 땅에서 봉기했으면 유방보다 더 큰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라며 자뻑을 늘어놓는다. 그러고는 육생이 맘에 든다며 호탕하게 한왕의 신하 나라가 되겠다고 약조하고 육고에게 좋은 이야기 많이 전해 들어 고맙다며 선물을 가득 담아 돌려보냈다.


-. 한 고조 유방 깨우치기 

육고가 한 유방 앞에서 시경과 상서를 말하니 유방이 말하길 “나는 말 등에서 천하를 얻었는데 시경 상서가 뭔 필요가 있는가?”하며 선비를 깔보자 육고는 “말등에 올라 천하를 얻을지언정 말등에 올라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은 탕왕 주 무왕은 무력으로 천하를 얻었지만 민심에 순응하여 나라를 지켰고 문무를 함께 썼습니다. 오왕 부차와 지백은 무력만 따르다 멸했고 진나라는 엄격한 법만 따르다 망했습니다. 진나라가 인의를 따랐다면 당신 유방이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겠습니까가?"라고 말하자 유방이 깨닫고 육고에게 "그럼 내게 천하를 잃고 얻는 민심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였다 육고는 유방에게 ‘신어’라는 책에 국가 존망의 징후에 대해 기록하여 유방에 올리자 유방이 읽고 무척 기뻐하였다. 


-.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 싸움을 사전에 근절시킨 육고의 계책 

육고는 여태후가 정권을 잡자 그녀와 갈등하기 싫어 벼슬을 떠나 호치현에 정착한다. 이후 그는 재산을 정리하여 현금화하고 자녀 다섯 명에게 1/n 하여 나눠주고 자립할 수 있게 하고 남은 자산으로 말 네필과 안거, 시종 열명, 백금의 칼을 지니고 "아들 한 명당 열흘씩 머물며 살겠다. 그러면 이동 시간 등등을 감안하면 일 년에 아들 별 고작 두세 번 정도 머물게 될 것인데 내가 돌다 죽게 되면 내가 죽는 시점에 머문 아들에게 남은 재산을 다 물려줄 것이니 그리 알아라" 라고 명하고 자녀에게 부담 주지도 않고 자녀들 간 재산 싸움도 나지 않도록 사전 작업을 해놓았다.


-. 진평과 나눈 나라 걱정 (여씨의 권력에서 유씨 되 살리기) 

여태후가 집권하여 여씨들이 제후의 왕자리리를 차지하고 정권을 휘둘르니 눈치 8단 진평은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칩거하고 있었다. 육고가 진평을 찾아가 "뭔 생각을 그리하는지요?" 라고 묻자 진평이 "맞추어보세요" 라 한다. 육고는 "부귀를 다 누린 당신이 고민이 있다면 여씨 일족이 유 씨를 해할까 걱정이겠죠"라고 말한다. 이에 대안을 진평이 물으니 육고는 승상인 당신과 장군인 주발이 협심하여 애쓰면 여씨를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계책을 제안하였고 결국 이들에 의해 여씨 일족은 화를 당하게 되고 이후 문제를 황제에 올렸다. 

효문제는 다시 남월의 위타가 천자 흉내 내며 깐족대자 위타를 제압하기 위해 다시 육고를 한나라 사신으로 파견한다. 육고는 남월을 다루며 황제의 맘에 들게 했고 육생은 타고난 수명을 다하고 살다 죽었다.


*. 의리의 사나이 주건 이야기 


-. 싫었던 사람도 일단 한번 사귀면 끝까지 의리를 지킨 사나이 평원군 주건 이야기

주건은 초 출신으로 회남왕 경포 밑에서 재상을 역임하다 경포가 반란을 꾀하자 동조하지 않아 살아남은 인물이다. 말재주가 좋고 강직하며 남의 비위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반면 여태후의 비위를 맞추어가며 연명하던 심이기는 그런 주건을 사귀고 싶어 했으나 주건은 그런 심이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느 날 평원군 주건이 어머니 상을 치르게 되었는데 이때 육고는 주건에게 재정적 도움을 많이 주었다. 조문을 마친 육고는 심이기를 찾아가 축하를 전했다. 심이기가 축하를 내가 왜 받아야 하느냐고 묻자 육고는 "평원군 주건이 상을 당했으니 이번 기회에 주건을 찾아가 정성으로 조의를 표하면 주건은 당신 심이기를 위할 것입니다."라고 전한다. 심이기는 그 즉시 조문과 조의금을 후하게 전달했다. 어느 날 심이기를 시기한 사람이 황제 혜제에게 심이기가 여태후의 후광을 얻어 무례하며 다른 신하들이 모두 그를 꺼려한다고 보고하자 혜제는 심이기를 잡아 죽이려 하였다. 이를 알게 된 심이기는 주건을 만나서 보호 요청을 하려 했지만 주건은 시간을 내줄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효제가 아끼는 굉적유라는 자를 만나서 “당신이 효혜제에게 심이기를 일러바쳤다고 들었는데 만약 심이기가 죽게 되면 여태후가 당신을 그만두지 않을 텐데 어쩌려고 그러냐 차라리 이 시점에 효제를 찾아가 심이기를 구해줘야 한다고 상소를 올려라 그러면 오히려 여태후가 너를 좋게 볼 것이니 이는 효제와 여태후 양쪽의 신임을 얻는 결과가 되니 당신에게 더욱 좋은 일이다."라고 하며 설득시키자 굉적유는 그대로 실행하였고 효혜제는 옥에 갇힌 심이기를 풀어준다.

심이기는 옥에 갇혀 있을 때 여러 차례 평원군 주건을 만나고자 했으나 그때마다 거절했던 주건이 원망스러웠지만 출옥 후 평원군 주건의 도움으로 풀려나게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심이기는 놀랐다. (심이기를 만난다 하여 해결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주건, 오히려 굉적유를 만나야 심이기를 구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주건의 생각과 행동에 심이기는 놀랐을 것 같다.  해결을 위한 핵심 포인트를 잘 찾는 주건의 능력) 

여태후 사후 여씨 일족을 몰아낼 때 심이기는 육고와 평원군 주건의 도움으로 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효문제 때 회남의 여왕이 벽양후 심이기를 여씨 일족과 관련되었다 해서 죽인다. 효문제가 주건이 심이기를 도왔다는 것을 알고 주건을 잡아들이려 하자 주건은 스스로 자살하려 한다. 주변 사람이 일이 어찌 될지 모르니 죽기 까지야 하지 말아 달라 하자 그래도 후손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건의 자결 소식을 들은 효문제는 "내가 굳이 주건을 죽이려고 까지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며 그 대신 주건의 아들을 중대부 (황제 고문직)로 삼았다. 주건 아들은 훗날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흉노에서 죽었다.


사마천 평 


사람들은 역생이 유방을 만나게 된 시점을 한중에서 중원으로 항우를 치러 나왔을 때라고 하지만 이는 틀렸고, 그 이전 항우와 헤어지고 유방이 진나라를 치러 함곡관을 향하여 고양 지역을 지날 때 역생과 역상 형제를 유방 휘하에 둔 것이다. 

역생이 지은 '신어'를 읽어보니 시대의 변사는 맞는 것 같다. 

평원군 주건의 이야기는 그 아들과 친분이 있어 사적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듣고 기록한 것이다.


역사서 기록의 정확성과 사실성을 강조하고 있는 역사가 사마천